버터패티 베이커리
이름만 들어도 햄버거 패티처럼 버터를 두툼하게 올린 빵이 연상된다.
“아버지가 농사지은 밀로 빵을 구우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하나 밀meal. 이곳의 정성스러운 한 끼는 나하나 대표가 맺어온 인연들의 제철 농산물로 만들어진다. 나 대표는 2013년 아버지가 3000평이 넘는 땅에 심은 농가밀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우리밀이 ‘국내산 밀’의 총칭이라면, 농가밀은 밀을 길러낸 농부와 밭, 제분 방식과 보관 상태 등 밀밭에서 식탁까지의 여정을 품고 있는 귀한 밀가루다. 빵을 한 번도 구워본 적 없던 그는 귀한 농가밀을 허투루 쓸 수 없어 구례의 월인정원 선생을 찾아가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키와 스콘, 무반죽 빵을 지나 농가밀의 풍미를 살린 천연 효모 빵까지 차근차근 자신만의 리듬으로 구워냈다. 하나 밀에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노란빛 커튼은 아버지의 밭에서 자란 밀을 모티프로 한 그림이다.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지만, 그 황금빛 밀밭이 반짝이는 풍경은 여전히 식탁에 머물러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천연 효모빵과 발효버터, 신선한 잎채소 샐러드를 한 접시에 즐길 수 있는 ‘하나 meal 플레이트’다. 매주 조금씩 달라지는 조합으로, 제철 채소와 곡물, 농부의 이야기가 함께 놓인다. 홍순영 농부가 구례에서 키워낸 금강밀로 구워낸 구수한 빵에 오미사 요리사가 국산 팥으로 만든 팥미소를 넣은 버터를 발라 한 입 베어 먹으면 그 조화로운 맛에 미소가 번진다. 아삭한 오이와 푸른 완두콩을 넣은 감자 샐러드는 푸른 여름의 맛을 선사하고, 쌀누룩으로 감칠맛을 더한 채소 절임은 더할 나위 없는 입가심용 메뉴다. 생산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식재료와 오랜 시간 농가밀빵을 반죽한 나하나 대표의 이야기가 놓이는 하나 밀의 식탁은 분명 단단하고 따뜻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