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청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제가 태어난 곳은 세종대왕께서 다년간 머무른 초정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청주에 문화적 자긍심이 있어요. 초정약수椒井藥水는 세계 3대 광천수이고, 초정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한 지역이에요. 청주는 그야말로 조선의 르네상스가 펼쳐진 곳이죠. 이런 청주만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현대에도 이어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은 물론 사랑받는 청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단에서 여러 일을 하고 있죠.
1960~970년대 일터라고 하면 시골은 논과 밭이 전부이고, 도시는 공장 단지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청주에도 큰 규모의 공장이 2개 정도 있었죠. 하나는 ‘대농방직’, 다른 하나는 ‘연초제조창’이었어요. 연초 제초장은 1946년에 문을 연 이후로 담배를 생산하는 공장, 담배를 보관하던 창고로 활용되었어요.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서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산업화와 기계화로 더는 큰 공장이 필요 없어졌어요.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담배를 피우는 인구도 이전보다는 줄어들고요. 국가기관산업이라 국가에서 관리하다가 민간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10년간 방치돼 있었어요. 방치된 공장을 청주시에 매입한 건 2010년이에요.
2011년, 방치되어 있던 공장 창고 건물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면서 동부창고 공간은 물론 청주가 동시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문화제조창 본관 시설이 완공되고, 동부창고와 같은 시민예술공간, 예술교육공간, 첨단문화산업공간 등이 연이어 만들어졌죠.
대농방직은 동부창고보다 훨씬 규모가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죠. 단지 건축물 하나가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가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유럽의 사례를 봐도 공장이 기능을 다하면 공간은 방치되고 도시는 이내 쇠락해요. 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특화해 재생한 곳을 아트팩토리라고 하잖아요. 사실 동부창고를 아트팩토리로 만들 때 청주 사람들도 반신반의했어요.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보기 싫다고 폐공장을 부순 뒤 아파트를 지으면 그게 과연 청주다울까요? ‘청주다움’을 고민하다가 그중 하나가 담배 공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 충북 청주 일대가 담배 주 생산지였어요. 담배 농사를 많이 지었죠. 농사짓고 수확해서 여기로 가져오는 거예요. 생산해서 팔거나 수출도 하고요. 이 일대 농민들의 다수는 담배 농사를 지었고, 또 도시의 다수는 이곳에서 노동자로 일했어요. 여기서 최대 4천 명까지 일했으니까요. 이 안에 목공소, 식당, 목욕탕, 이발소까지 있었어요. 해외 17개국으로 담배를 수출했으니 윤택했죠. 그런데 제 운명을 다했다고 없애면 그들이 여기서 피와 땀으로 일구었던 경제적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을 문화적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산업 유산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문화를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봤어요.
내진, 소방 이런 구조에만 맞게 리모델링하고 천장에 있는 목조 구조를 거의 훼손하지 않았어요. 공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죠. 그렇기에 이곳을 찾는 분들이 역사적 공간이 훼손되지 않은 가치에 매료되고, 또 감동하고 공감해 주심으로써 저희 역시 원동력 삼아 지속적으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과거의 이야기와 건축물이 보존된 동부창고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며 다채로운 전시, 공연, 교육, 체험, 마켓으로 경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동부창고는 생활 문화 공간, 시민들의 공연 연습장, 생활문화센터, 어린이예술교육공간, 카페, 다목적홀로 나뉘어 있어요. 생활문화공간 안에는 소극장, 목공소, 푸드랩, 갤러리들이 있죠. 생활문화센터는 생활문화동호인들의 공간이고, 어린이예술교육 간도 2개 동이 마련돼 있어요.
청주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꿈나무 오케스트라’는 14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인기가 좋아서 아주 치열하게 신청하시더라고요. 작년부터 ‘꿈의 무용단’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지역 아이들의 예술적 소양을 기르고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이곳이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일종의 지붕 없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보통 인생 2모작, 3모작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동부창고에는 어르신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버는 수익 활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거죠. 버스킹, 앙상블, 밴드, 캘리그라피, 손뜨개 등 정말 다양한 활동이 운영되고 있어요.
전국 140개 문화재단 중에서 그 재단 직원 출신의 대표이사는 저밖에 없을 거예요. 2002년도에 재단에 입사해 기획부장, 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문화 산업부장 등을 거쳤어요. 이후에 퇴사했다가 2020년 공모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죠. 앞으로 동부창고를 어떻게 가꾸고 이끌어 갈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시민과 아이들이 와서 꿈꾸고, 세계인이 하나 되는 무대가 바로 여기서 만들어져야죠. 그러려면 외연을 확장해야 해요. 동부창고 인근에 레지던시 같은 국제 예술인 마을을 조성하고, 창작 스튜디오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청주는 문화로 씨앗을 뿌리고, 예술로 꽃피우며, 문화와 예술이 경로가 되어 관광으로 열매 맺는 도시가 된다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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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창고에서 소개하는 청주의 유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