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직지의 현재와 미래

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관장은 박물관과 인연이 깊다. 그는 박물관에서 시상하는 유네스코 직지상 제정을 경험한 담당자였고, 박물관을 직지문화특구로 계획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렇게 〈직지直指〉와 켜켜이 쌓인 시간은 그를 박물관으로 다시 이끌었다. 그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의 관장이 되어 〈직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청주와 〈직지〉, 금속활자 인쇄술의 가능성에 대해.

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직지의 현재와 미래

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직지의 현재와 미래

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관장은 박물관과 인연이 깊다. 그는 박물관에서 시상하는 유네스코 직지상 제정을 경험한 담당자였고, 박물관을 직지문화특구로 계획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렇게 〈직지直指〉와 켜켜이 쌓인 시간은 그를 박물관으로 다시 이끌었다. 그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의 관장이 되어 〈직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청주와 〈직지〉, 금속활자 인쇄술의 가능성에 대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과 함께한 역사가 긴 곳이지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를 간행한 흥덕사지에 세워진 박물관입니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와 관련이 매우 깊은 곳이죠.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됐어요. 1985년 전까지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건 익히 알았지만, 장소가 어딘지는 정확히 몰랐어요. 그러다가 1985년 웅천동 택지 개발을 하면서 흥덕사와 관련한 유물이 발견되고 〈직지〉를 간행한 곳이 흥덕사라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된 거죠. 1986년에 사적지로 지정되고 준비 과정을 거쳐 1992년 3월 정식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영어로 ‘CHEONGJU EARLY PRINTING MUSEUM’이라고 표기하더라고요. ‘고’를 표기할 때 ‘Old’가 아닌 ‘Early’로 쓰는 이유도 궁금했어요.

‘Old’를 쓰면 다들 익숙한 단어라 의미를 금방 알겠지만, ‘Early’는 어렵고 생소할 것 같아요. 박물관의 중심축인 〈직지〉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직지〉가 인쇄된 인쇄 문화 초기 고려 시대에 초점을 맞춰 특화된 박물관이라는 뜻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Early’라는 단어로 표기했죠. 개관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된 서지학자 천혜봉 교수님이 제안해주셨어요.

박물관은 고인쇄박물관 본관,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 크게 3개 동으로 나뉘어 있어요.

전시관은 크게 세 건물이지만, 흥덕사의 터였던 흥덕사지가 바로 박물관 옆에 있어요. 그곳을 중심으로 전시관 건물들이 배치되는 거예요. 고인쇄박물관 본관은 〈직지〉를 중심으로 인쇄 문화 초기 인쇄물과 각종 고문헌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관람객의 즐거움을 위해 디지털 실감 영상관과 디지털 헤리티지 체험관이 준비돼 있어요. 특히 헤리티지 체험관은 ‘직지의 탄생과 여정’이라는 주제로 〈직지〉의 발견과 어떻게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전시하게 됐는지 〈직지〉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직지〉의 중요한 역사를 볼 수 있어서 관람객에게 특히 의미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근현대인쇄전시관과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선 어떤 주제로 전시를 하나요?

근현대인쇄전시관은 한국의 근현대 인쇄 기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에요. 1883년 서양 인쇄 기술이 도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다양한 인쇄물이 전시돼 있고, 이를 통해 근대부터 현대의 첨단 인쇄 기술까지 인쇄의 발달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한편 옆에 있는 금속활자전수교육관은 기와를 얹은 독특한 건물인데요, 이곳에는 ‘금속활자장’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금속활자 국가무형문화재 한 분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련된 활자를 만들거나 연구를 하죠. 관람객은 금속활자가 어떻게 주조되는지 시연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도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는 괌람객에게 〈직지심체요절〉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궁금해요. 〈직지〉는 박물관의 가치이자 청주의 위대한 지역적 유산이잖아요.

〈직지〉는 1377년 고려 우왕 때 금속활자로 찍어낸 인쇄물이에요. 고려 고종 때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기록에 따르면 실제 고려 시대 최초의 인쇄물은 1230년대에 발행한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이에요. 다만 초기에 찍어낸 대부분의 금속활자 인쇄물은 기록만 남아 있죠. 실물이 전해지는 건 〈직지〉뿐이에요. 세계에서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중 가장 오래됐다는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에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거죠. 그런데 〈직지〉는 이런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정보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금속활자 인쇄 이전에는 목판인쇄였죠?

목판인쇄는 나무에 글자를 새겨 먹을 칠하고 종이를 얹어 인쇄하는 방식인데, 목판 인쇄술은 내용을 바꿀 수도 없고, 그 내용으로만 찍어내야 해요. 다른 걸 찍어내려면 판을 다시 새겨야 하고요. 이러한 목판인쇄의 한계를 보완하려고 고려 시대 후기에 금속활자를 만들어 금속활자 인쇄를 시도한 거죠. 금속활자는 조판해 인쇄한 다음에도 기존 활판에 넣은 글자를 꺼내 새롭게 끼워서 인쇄할 수 있어요. 찍어내는 판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다양한 책을 쉽게 인쇄할 수 있죠. 당시로서는 한마디로 ‘정보 혁명’이었던 거예요. 그렇기에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직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원래 정확한 책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에요. 이를 줄여서 〈직지심체요절〉이나 〈직지〉라고 부르죠. 전북 경주 출생의 백운 화상 스님이 1372년에 편저한 내용을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입니다. 〈직지〉의 주된 주제는 ‘직지심체거예요. 조금 길게 말하면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오도悟道의 명구에서 따온 말이죠.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으로, 선종의 불도를 깨닫는 명구를 의미합니다.

관장님은 고향이 청주인가요?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저는 고향이 청주예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 다니다가 집안 사정으로 다시 청주로 돌아온 후 1992년부터 여러 보직을 거치다가 작년 1월에 자원해 박물관에 오게 됐습니다. 20여 년 전 이 자리에 박물관 말고 직지추진단이라고 있었어요. 2005년에 직지추진단 직지사업팀장으로 일하면서 직지 축제도 하고,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도 치뤘어요. 그리고 이 지역이 직지문화특구거든요. 제가 2007년에 직지문화특구 실무자로 계획을 짰어요. 그렇게 〈직지〉와 인연이 시작됐는데, 말년에 의미 있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고민 끝에 박물관으로 돌아왔어요. 〈직지〉에 관한 새로운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직지〉의 본원적 가치와 파생적 가치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고려 시대를 깊게 연구하는 작업과 동시에 앞으로 〈직지〉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가치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일환으로 박물관에서 〈직지〉 세계화 사업을 추진 중인 건가요?

청주는 〈직지〉의 고향이자 금속활자 인쇄 문화 역사의 중심지예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전 세계에 우리나라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과 창의 정신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직지〉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직지〉가 발견되기 전에는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42행 성서〉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세계 교과서에 실렸죠. 그리고 〈직지〉가 발견된 후에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서 유네스코에서도 인정받으며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한국에서 시작됐다고 여러 해외 국가의 교과서에 바꿔서 서술하고 있죠. 박물관에서 이뤄낸 결실 중 특히 유의미한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인쇄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인류사에 인쇄술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죠. 앞으로 어떻게 계승해서 확산하고 발전시켜나갈지 고민하고, 또 이를 많은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일이 박물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과 관장님은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여러 학술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구텐베르크 박물관이나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 여러 나라의 박물관·도서관과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이들과 연구 활동 및 협력 활동을 추진하고 있어요. 실제로 행사를 열 때마다 긴밀하게 관계하고 있고요. 작년 직지문화축제에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장, 프랑스 국립도서관 문헌국장도 왔어요. 앞으로도 이처럼 세계 유수의 박물관, 도서관 등과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펼치며 〈직지〉의 세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입니다.

Maker'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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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3

직지문화축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 기술을 체험하고, 우리 인쇄 문화의 우수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직지 인쇄 체험 및 금속활자 주조 체험·전시·공연 등으로 구성해 전통과 현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축제로, 격년 가을마다 진행된다.

금속활자 주조 시연

국가무형문화재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서 전통적인 금속활자 주조 과정을 시연한다. 참가자들은 글자 새기기, 밀랍 새기기, 주조 등 전통 제작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유네스코 직지상UNESCO Jikji Memory of the World Prize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2004년에 제정됐다. 문서 유산의 보존과 접근성 향상에 기여한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 청주고인쇄박물관 전용운
    직지의 현재와 미래
  • EditDanbee Bae WriteJisun Chae PhotographYeseul Jun

Editorial Depar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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