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에요. 동물원과 관련이 깊어서 더욱 흥미롭죠. 공식 주소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꽤 친숙한 이름이에요.
청주동물원은 1997년에 개원했어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동물이 130종이나 살고 있었죠. 당시 수많은 동물을 비좁은 공간에 가두고 숨을 곳도 없게 만들어놓은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거칠게 말하면 동물에게는 이곳이 감옥처럼 느껴지겠구나 생각했죠. 동물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다 관람객의 편의를 우선시해 설계한 공간이니까요. 20년 전 동물원은 그런 환경이었고, 조금씩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동물원의 기능 중 하나인 만큼 관람을 배제할 수는 없죠. 다만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동물도 좋고, 사람도 좋은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만 고려하는 건 어찌 보면 생추어리sanctuary 쪽에 더 가깝겠죠. 이곳은 동물 보호를 지향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엔 동물원이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씩 더 나아지도록 변화시키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두 영화 모두 청주동물원에서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예요. 영화를 만든 왕민철 감독님은 원래 동물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인연이 닿아 청주동물원을 배경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게 됐죠. 사육사분들이 오가면서 동물을 관리하는 뒤쪽 공간을 촬영해보라고 말씀드렸어요. 동물원엔 귀엽고 건강한 동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병들거나 노쇠하기도 하니까요. 과거에는 그런 동물을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는 뒤쪽 공간에 숨겼어요. 지금도 많은 동물원엔 감춰진 공간이 존재해요. 불편하잖아요. 동물도, 관람객도. 하지만 하나의 생명이기에 동물이 태어나고 병들고 죽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책임지지 않는 행동이 오히려 문제인 거죠.
〈동물, 원〉의 후속작이 〈생츄어리〉예요. 〈동물, 원〉이 전국 3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후 청주시에서도 영화 시사회를 열게 됐어요. 그때 동물 및 동물원 관계자분을 많이 초대했거든요. 청주 시장님을 비롯해 환경부 관계자, 시의원 등 여러 분이 영화를 관람하고 동물들의 열악한 환경을 이해하게 됐어요. 영화 시사회를 계기로 동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국비 지원이 확대돼 청주동물원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죠.
동물원은 동물들이 좁은 곳에서 지내는 제한적인 공간이에요. 개체 수가 줄면 같은 종을 다시 채우지 않고, 남은 동물들이 그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동물들이 생활하는 동물사가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되는 거죠. 2024년에는 환경부로부터 국내 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어요. 거점동물원은 동물 복지 향상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심 기관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청주동물원이 지금까지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릴 때 동물원을 한 번씩 다 가보잖아요. 반려동물과 집에서 함께 생활하지 않는 이상 동물을 처음 접하는 곳이 동물원인 거예요. 동물원은 아이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처음 배우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아픈 동물을 마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마주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텐데, 그런 점에서 동물원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생명이나 자연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원래 스라소니가 살던 공간인데, 스라소니를 더 좋은 공간으로 옮겨주면서 빈 공간이 됐어요. 철거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없애기보다는 사람관을 만들어 동물 입장에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보자고 했어요.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인 호모사피엔스로서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더라고요. 핵심은 동물과 사람이 같이 공존하며 살 수 있다는 거예요. 동물과 사람 어느 한쪽이 불행해지면 이 생태계는, 세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자연이든 사람이든 반기를 들게 돼 있어요.
야생동물은 보호자가 없는 동물이에요. 청주동물원은 시립 동물원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서 동물을 보살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청주나 충북 지역을 포함해 지역에 야생동물이 많잖아요. 체험용 사자로 학대당하던 바람이 같은 친구들을 구조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어요.
작지만 강하다는 점이죠. 대형 동물원은 시스템과 체계가 많아요. 반면 청주동물원은 규모가 작은 만큼 변화를 꾀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죠. 속도는 분명히 에너지거든요. 청주동물원은 동물 복지를 개선한 후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어요. 이런 변화가 우리 동물원에 그치지 않고 이 땅의 동물원, 동물, 더 나아가 야생동물의 복지까지 함께 나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청주동물원이 동물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점동물원으로서 점차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우리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청주동물원이 지속할 수 있다는 걸 느낄 때 무척 뿌듯해요. 처음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청주동물원의 동물 복지 향상 등 저희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정말 많아졌어요. 동물원의 좋은 선례로 생각해주신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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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의 동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