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한국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7년 정도 일하다가 작년 4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일하면서 1층 개방 수장고와 5층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9월 7일까지 진행하는 소장품 기획전 〈수채: 물을 그리다〉를 기획했는데요, 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수채화 작품만 선별해 단독 장르로 선보인 소장품 기획 전시예요. 드로잉이나 유화를 위한 습작 단계에 머물러 있던 수채화의 장르적 편견을 깨고 독자적 장르로서 수채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목적으로 기획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미술품을 보존·보관하는 미술품수장센터로, 국가 예술 자산인 소장품의 효율적 관리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18년 12월에 건립했어요. 미술관 소장품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수집 작품의 특성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죠. 이런 흐름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안정적 수장 공간을 확보하고, 특성에 맞는 수장 공간을 계획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과학적 보존 처리를 위한 전문 시설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긴 거죠.
예로부터 청주는 대표적인 연초 산지였고, 1946년에 문을 연 연초제조창은 2004년까지 청주시의 주요 산업 시설이었어요. 미술관이 본격적으로 수장고를 위한 부지를 모색하던 중 청주시가 도시재생을 위해 연초제조창을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2011년 연초제조창의 기존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를 전면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죠. 청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같은 주요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청주에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죠.
미술관에는 국내외 근현대미술 소장품의 등록·관리·보존·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모두 마련돼 있어요. 작품의 탄생부터 미술관에 수집되기까지, 미술관에 들어오고 나서 미술관에 갇혀 있던 소장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별 수장고를 통해 소수의 인원이 작품을 관람할 수도 있죠. 작품에 문제가 생기면 작품을 복원하고 처리하는 국내 최고의 보존과학실도 있고요. 관람객이 실제로 작품 보존 과정을 지켜보며 작품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이 긴 호흡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획 전시실에서는 미술품수장센터의 특성을 살려 미술관의 소장품을 연구하고 그것을 재해석하는 메타 형식의 전시를 체험할 수 있죠.
개방 수장고의 개념을 설명한 개방 수장고 개편 〈어쩌다 개방 수장고?〉, 미술관의 지난 전시를 다시 전시하는 〈전시의 전시〉, 작품 제목의 탄생과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이름의 기술〉 등은 일반적인 주제전과는 다른 수장고와 소장품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였어요.
미술관 가장 중심부에 자리한 1층 개방 수장고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건축했어요. 건물 바깥에서 미술관 내부의 작품이 그대로 드러나고 수장고를 위해 특별하게 디자인한 진열장 위에 많은 작품이 빼곡히 자리하죠. 개방 수장고는 한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회화나 사진 같은 평면보다 상대적으로 환경 변화에 강한 돌, 나무, 청동과 같은 재료로 만든 조각 작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대 동시대 미술이 다양한 형태를 보이면서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많은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개방 수장고는 전통 조각 재료로 만든 자연, 인물 등의 형상 작품이 중심이라 관람객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층마다 관람 가능한 수장고가 있는데, 2층에는 걸려 있는 작품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폐쇄형 수장고인 보이는 수장고가, 3층에는 미술은행 작품으로 구성된 개방 수장고가 있어요. 특히 이 공간은 수장고만의 독특한 금고형 철문 내부로 들어가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4층 특별 수장고는 지류와 사진으로 구성된 폐쇄형 수장고로, 시간대별로 정해진 인원만 관람할 수 있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방형 건축 방식을 가장 독특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미술관 입구로 걸어오는 과정부터 오른쪽 창문 너머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전시 공간으로서 미술관이라기보다, 작품의 큰 집으로 초대받았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큰 저장고처럼 다가오는 점이 가장 독특한 매력인 거죠. 또 비밀스럽게 닫혀 있던 수장고 공간을 개방하면서 관람객은 무슨 작품이 있는지, 작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잖아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줄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미술관 제도에 대한 결과물과 과정도 투명하게 만날 수 있고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비수도권 밖에 최초로 설립한 미술관이에요. 그만큼 문화 도시로서 청주의 가능성을 높게 본 거죠. 청주가 교육의 도시라는 건 잘 알려졌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의 도시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청주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에도 국립청주박물관, 청주시립미술관이 있고,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 김복진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문화제조창에서는 2년마다 지속적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이어지고 있고요. 청주가 문화의 도시라는 점이 더 알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지속적인 소장품 연구를 통해 미술관 소장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소개하고 더 다양한 사람과 나누고 활용할 기회를 고민하고 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모두 미술관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작품 이해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특히 청주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로서 국내외 다른 미술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에요. 우리의 소중한 역사, 문화적 자원을 보존하고 발굴하며, 지속 가능하게 누리게 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수장고 컬렉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