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커피
빈티지 소품으로 채운 따스한 공간의 보일러커피.
인도의 거리에서 짜이를 따라주는 이들의 손길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인도 특유의 느긋하면서 숙련된 리듬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청주 운리단길에는 그 손길을 닮은 가게가 있다. 바로 짜이왈라, 짜이를 끓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문을 열자마자 은은하게 번지는 향신료 향이 반가운 이곳은 요가 수련자인 짜이왈라의 대표가 인도에서 익힌 기호와 리듬으로 엮어낸 아지트다. 벽 한편에 주렁주렁 걸린 밀크 포트, 책처럼 가지런히 진열해놓은 인센스,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의 인도 원단은 지나 온 적 없는 공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대표 메뉴인 ‘짜이’는 홍차와 두유, 일곱 가지 향신료를 천천히 오래도록 끓인 인도식 밀크티다. 깊고 진한 맛의 짜이를 끓여 내는 과정은 티백이나 찻잎으로 간편하게 우리는 차와 달리 마치 작은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 스파이시한 생강 향에 코끝이 찡해지고, 첫 모금에 몸도 마음도 뜨끈해진다. 함께 선보이는 ‘라씨’와 인도식 레모네이드 ‘레몬소다’, ‘마살라 핫초코’ 역시 짜이왈라만의 향신료 배합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남다른 개성을 입은 메뉴다. 다크 초콜릿과 향신료의 조화라니 상상만으로도 기묘한데, 마셔보면 예상외로 잘 어울려 짜이왈라를 특별한 곳으로 기억하게 한다. 간혹 짜이 초심자에게는 짜이의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짜이왈라에서는 은근한 향의 국내산 생강과 인도에서 공수한 향신료로 섬세하게 균형을 맞춘다. 짜이를 만드는 사람은 음료를 끓이며 기도하듯 집중하고, 마시는 사람은 고요한 마음으로 그 따뜻함을 받아들인다. 짜이왈라에서 짜이를 마시는 그 잠깐의 머무름 속에서 마치 수련 같은 시간이 흐르는 것. 마살라 안에 담긴 리듬과 온기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짜이는 더 이상 이국의 음료가 아닌 마음의 쉼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