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April 17, 2025
순하고 깊다, 청주의 음식청주의 맛 | 박정배
청주의 음식은 지역의 자연과 비슷한 데가 있다.
새벽 5시 반, 쫄쫄호떡의 하루가 시작된다. 당일 사용할 반죽을 준비하는 과정만 3시간이 소요되지만, 매일 줄을 서서 호떡을 사가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이쯤은 수고스럽지 않다. 1980년대 초 부모님이 조그맣게 연 가게는 그 마음을 이어받은 아들의 정성이 쌓여 더욱 크고 단단해졌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쫄쫄호떡은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수많은 사람의 추억을 품어왔다. 호떡 반죽 속 설탕을 터뜨려 시럽처럼 코팅하고, 고온의 기름에 튀기듯 굽는 건 쫄쫄호떡만의 비법. 기름 온도, 누름쇠의 압력 강도, 반죽 속 설탕이 터지는 타이밍까지 모든 과정이 세심하게 진행된다. 밀가루, 설탕, 콩기름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재료에 정성을 더하면 이토록 깊고 달콤한 맛이 된다는 걸 세월이 증명해주었다. 특별함을 좇기보다 일상의 깊이를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 어느덧 쫄쫄호떡은 세대를 넘어 청주에서 사랑받는 가게가 되었다. 어릴 적 부모의 손을 잡고 왔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이곳에서 그때 그 맛을 떠올린다. 쫄쫄호떡은 청주 시민의 추억과 함께 더욱 달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