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치
운리단길의 앤티크한 푸른빛 아치형 유리문을 열면 한 폭의 유럽이 펼쳐진다.
“우리는 왜 익숙한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걸까?” 청주 성안길 골목 끝, 복합 문화 공간형 브런치 카페 보더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음식과 문화, 일상과 예술,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 선을 긋지 않는다면 어떤 경험이 가능할까. 보더는 경계 너머를 상상하고, 일상의 지형을 새롭게 그리는 공간이다. ‘브런치 카페’라는 장르에 고정되기보다 유연하게 변주되는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보더의 황상혁 대표는 과거 대면 영업직으로 일하면서도 밴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뮤직비디오 연출과 스타일링을 병행해왔다. 그가 쌓아온 문화적 감각과 기획력은 지금의 보더를 구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계절마다 메뉴를 기획하고, 공간의 결을 설계하며 협업을 이어가는 이곳은 그의 작업실이자 실험실이다. 브런치 메뉴부터 경계를 넘나든다. 후무스와 팔라펠처럼 국내에선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로 낯선 식문화를 제안하고, 제철의 감각을 계절마다 접시에 담아낸다. 여름엔 토마토 파스타, 바질 베리 샌드위치, 참외 프로슈토 샐러드 같은 메뉴가 식탁을 채운다. 여기 찢긴 듯한 가장자리와 불균형한 곡선으로 완성한 김보현 작가의 세라믹은 시각적 여운과 긴장감을 더한다. 공간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전시형 팝업부터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케이터링 협업까지, 팝업 행사 역시 문화적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이다. 황 대표는 청주를 두고 로컬 문화가 자라나며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기에 진심 어린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도시라 말한다.